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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갓 개인전

​부유하는 도시들​

2020/ 9/1~9/14 

전시는 머물렀던 도시들에 대한 기억들을 바탕으로 시작된다. 

 동양과 서양, 개인의 기억과 역사적인 기억들, 각자 다른 시간과 계절 등이 지도 형태의

드로잉에 담겨서 순서없이 섞어서 설치하여 시간과 공간을 애매모호하게 만들고 싶었다. 

 관객들이 지도를 보며 도시에 얽힌 본인들의 생각들을 투영하여 장소에 얽힌 각자만의 지도를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부유하는 도시들>

소향로 대향로 눈 아래 굽어보며

정양사 진헐대(眞歇臺)에 다시 올라앉으니
여산(廬山) 진면목이 여기서 다 보이도다

어와 조화옹(造化翁)이여 그 재간 놀랍도다
날거든 뛰지 말거나 섰거든 솟지 말거나

연꽃(芙蓉)을 꽂았는 듯 백옥을 묶었는 듯
동해(東溟)를 박차는 듯 북극을 괴었는 듯 높을시고

망고대(望高臺) 외롭구나 혈망봉(穴望峰)
하늘에 치밀어 무슨 일을 사뢰고자

천만 년 지나도록 굽힐 줄 모르느냐
어와 너로구나 너 같은 이 또 있는가 

- 출처: 관동 별곡 해설 중 

오래 전부터 작가는 역사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한국 고전 문학을 좋아하는 작가는 방랑 시인인 김병연을 동경하여 자신의 작가 이름도 삿갓으로 지었다. 우리는 19세기부터 전세계의 혼란한 상황 속에서 거친 파도 위의 부표처럼 힘든 시기를 거쳐 물질적으로 풍요로움을 이룬, 겉으로는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도 혼란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현재 세대들은 과거를 돌아보기보다는 각자의 삶을 살기에도 벅차 지난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갖지 못하지만, 그녀는 지나간 우리의 삶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으로 그녀의 작품을 만들고 있다. 작가는 장소에 대한 기억과 그 기억들이 어떻게 역사를 만들고 있는지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잊혀지고 있음을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한다.

프랑스의 여러 곳에서의 오랜 유학 생활과 한국과 일본에서의 장소들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그려진 그녀의 작품들은 그녀의 작업 방식에 대해서 알고는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녀의 그림에는 작가의 눈과 귀로 보고 들었던 장소의 장면, 경험했던 일들, 들었던 소문, 만났던 사람들, 그곳의 역사적인 사건들 등이 담겨있다. 그 장소에서 있을 때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아닌 그 도시를 떠난 후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 도시에서 그렸던 스케치들과 사진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든다. 희미해진 기억을 바탕으로 과거를 회상하며 만드는 이러한 작업 방식은 그 순간 작가의 감정이 배제되어 객관적인 현상만이 작품에 남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잊혀지는 역사의 변동성을 나타내게 된다.

구겨지고 부서지기 쉬운 종이 위에 희미한 배경색을 사용하여 지도나 평면도로 장소를 그리고 그 안의 인물들의 특징적인 행위와 동선, 나무와 관람차 같은 장소에 특징적인 사물과 동물들, 웅얼거리는 느낌의 글들로 흘러 잊혀지는 장소의 이야기들을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여 객관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녀의 초기작품에서는 장소에 대한 그녀의 생각은 글 읽는 순서대로 그리고 있어 수필을 읽는 것처럼 장소를 그리고 있다. 그 이후의 작품들에서도 부분 부분에서 각각의 이야기들이 그려 작품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작가의 주관적인 이야기를 객관화된 표현으로 그리고 있어 그림의 뜻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 것이 조금 아쉽다. 평면적인 작업에 사물들을 입체적으로 배치하여 한걸음 더 뒤에서 시야를 달리하여 바라보면 장소의 입체적인 모습이 느껴지는 것도 작품을 감상하는데 재미를 더한다.

그녀가 사랑하는 관동별곡처럼 그녀의 작품은 장소를 그림으로 그녀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도 그 장소는 크게 변하지 않지만 그곳을 살아갔던 사람들의 삶이 영속적이지 못한 것을 표현하여 삶의 허무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도윤 평론가

Q&A

 

전시 제목의 의미 : 

 제 작업들은 '이동'에서 출발합니다. 

 여러 도시들을 돌아다니면서 노트에 기록하였던 스케치들은 모두 시공간과 연결이 되어 있고, 그 스케치들에서 나온것이 지도 형태의 드로잉입니다. 지도들은 제가 머물던 도시를 그린 것인데, 기억속에서 방랑하는 도시의 이야기들을 그린 것이라 '부유하는 도시들'이라는 제목을 짓게 되었습니다. 


 

작품의 주제 : 

프랑스와 한국, 일본, 독일 등 여러 나라들에 머물던 여정 가운데 일어났던 개인적인 기억과 역사적인 기억들이 엮인 곳들을 그리면서 개인의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커다란 사회를 구성하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주제에 대한 구체적 설명 : 

 

 지리적 기억과 도시들을 표현하기 위해 그리고 우리의 주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지도의 모양을 빌려 사용하였습니다. 

개인이 어떻게 장소를 기억 하고 개인의 이동이 어떠한 영토를 구성하고 우리 하나 하나의 기억이 모여 꿈속의 도시에 건설되는 것에 대한 관심이 있습니다. 

  도시들에 살았던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적인 건물들.

 이 작업들을 통해 인간과 건축의 관계에 의문을 제기하고, 빈 건축물은 인간의 흔적과 부재를 표현하였습니다.


 

그림 그릴때 어떤 것을 하는지 : 

 

 작업 노트에 여러번 스케치를 하거나 도시에 대한 역사 등 자료를 찾아보고 작업을 시작합니다. 도시에서의 개인적인 기억에서 시작하면서 장소에 엮인 역사적인 사건들을 섞습니다. 개인적인 기억을 그릴 때에는 되도록 구체적인 생각을 하지 않고 약간 무의식적인 상태로 작업하는 편입니다. 

 

사용하는 재료와 표현 방식 :

 

 작업마다 다른데 드로잉 작업들은 주로 작업 노트에 사용하는 아크릴, 잉크, 오일 파스텔 등을 사용합니다. 작업 노트처럼 무의식적으로 그리는 드로잉들이 많고 그 외에는 가난한 재료들인 종이, 박스, 나뭇잎 등으로 작업합니다. 이 재료들은 부서지기 쉬운 재료들이며 기억의 취약성을 의미합니다. 

 

앞으로의 작업 : 

 지도 드로잉으로부터 시작한 페인팅 작업과 종이, 나뭇잎 등으로 만든 건축물 조각, 그리고 건축 사진 등 지금까지 하던대로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싶습니다. 텍스트 작업이나 비디오 작업에도 최근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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