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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환선 개인전

기억의 방법

 

2021/01/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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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두군혜
3양근환
4이육사
7윤봉길
11강우규
9김창숙
12홍법도
2정정화
8안중근
6김구
10장석천
5유관순
경계인4
경계인2
경계인3
경계인6
경계인5
경계인1
경계인7
흉배1
흉배2
흉배4
흉배3

주환선 작가

 

Historying

 

 주환선 작가의 이번 historying 전시는 우리 역사에서 어두웠던 시대에서도 자기 몸을 촛불의 심지로 삼아 주변을 밝게 빛나게 한 위인들을 그린 전시이다.  

 

1945년 8월 15일 우리는 일제 치하에서 벗어나 광복(光復)을 맞이하였다. 광복은 빛을 되찾았다는 뜻으로 일제 치하의 어두운 우리의 과거에서 벗어나 주권을 되찾아 우리 스스로 다스리는 나라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그 이후 6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빛은 그늘에 가려 있다. 독립 이후의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이념 다툼과 군사정부 시대를 지나면서 친일 청산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지금까지 그에 대한 여러 논란들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화두가 된 한 무명의 만화가에 의해서 독립운동가들과 그 후손들의 삶이 욕보이고 있으며 친일 재산 환수 역시 요원한일이다.

 

 대화를 위해서 얼굴을 마주하거나 초상화를 볼 때는 눈을 먼저 보게 된다. 내가 상대방에 대해서 숨기는 것이 있거나 부끄러운 경우에는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한다. 나를 마주하다(Face me)작품들은 눈이 표현되지 않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는 작가가 그들의 바라볼 때 그 숭고한 정신을 마주하고 알 수 없는 부끄러움이 생겨 그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들의 희생으로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살고 있지만 우리는 그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사라진 눈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그들의 삶이고 눈이 없기 때문에 그들을 직시할 수 있다.

 두개의 상이 겹친 그림들은 해외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들의 초상화이다. 중국인이지만 ‘조선의 딸’을 자처하며 한국독립을 도운 두쥔훼이 선생, 상해와 국내를 오가며 독립자금을 지원하고 임정 요인들의 뒷바라지를 한 정정화 선생, 민족 반역자 민원식을 처단한 국민 협회의 양근환 선생의 초상화이다. 좌우로 나뉜 구도로 눈이 가려진 face me의 작품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한쪽 눈이 다른 상으로 배치되어 있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면서 독립운동가의 삶에 대해 연구하고 그들의 삶을 알리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조금이나마 그들을 바라볼 수 있어 그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림은 흑백으로 주로 표현된 작품들이지만 노랗고 파랗고 불고 따뜻한 색도 담겨있다. 독립운동가로 일생을 힘들게 살았지만 그들의 삶속에도 환하게 웃을 수 있는 행복한 순간들도 있을 것이다. 한 장의 초상화에 그들의 삶에 대한 그리고 작가의 감정을 온전히 담아 내려는 작가의 노력이 엿보인다.

 Boundaries(경계인) 작품들은 대한 민국이라는 나라가 없는 경계인으로 식민지 치하에서 일본의 전쟁에 참여한 분들의 초상이다.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그들을 욕하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그들의 사라진 얼굴에 나의 얼굴을 넣어본다. 흰색으로 두껍게 덮인 그들의 얼굴은 그들의 치욕이기도 하고 나의 치욕이기도 하다.

 디지털 작업인 기억의 방법(Method of memory)은 이전의 초상화들과는 다른 느낌의 작품들이다. 밝고 선명한 색으로 일제 시대 이전의 우리나라의 호국영령이신 이순신 장군, 의병장 윤희순. 홍의장군 곽재우, 의병장 신돌석 등 여러 분들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였다. 외세에 맞서 싸우기 위한 갑옷의 일부인 흉배에서의 전통 문양을 모티브로 재작한 작품들은 안정적인 인물의 배치와 함께 한국의 전통적인 미를 느끼게 해준다. 

 

 이번 전시를 관람하면서 다른 전시와는 다른 많은 질문들이 떠올랐다. 

우리는 그 시대의 인물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우리는 지금 독립운동가를 찬양하지만 과연 그들처럼 몸과 마음을 바쳐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살아갈 수 있었을까? 다시 이런 시기가 찾아온다면 물질적인 가치가 최고인 세상에서 나도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 나라를 버리지 않을까? 춥고 배고프고 육체적인 고통 속에서, 깜깜한 어둠 속에서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 

 

 E.H 카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이야기하였다. 과거는 변화할 수 없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현재에서의 역사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우리의 역사가 더 이상 왜곡되지를 않고 잊혀 지지 않기를 바라며 작가의 작품을 다시 한번 바라본다.

Yoonion Art Space 김도윤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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