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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이 x 이윤정 듀오전

2020/ 9/14~9/28

Color of Memories

Our Fate is still up in the air

Color of memories 

Our fate is still up in the air

Hyo I & Yoonjung Lee

 

이번 전시는 듀오전으로 다양한 ‘소재’와 ’색’을 통해 작가 각자의 삶에서 느꼈던 경험과 감정을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윤정작가는 회화 작품이고 효이 작가는 직물을 소재한 작품으로 다른 계열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느낌은 한 작가의 전시처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작가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예술 세계가 닮아 있기 때문에 조화를 이룬다. 분홍색, 노란색, 보라색, 황토색, 주황색, 옥색 등 여러 색의 보자기가 구겨지고 늘어진 모양의 작품은 두 작가의 공동작업으로 이러한 부분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물건을 쌓을 때 보자기에 담긴 물체에 따라 변화하는 보자기처럼 각자의 삶속에서 나만의 온전한 것을 찾기 위한 사람들의 서로 다른 노력과 삶에 대한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직물을 이용한 효이 작가의 전시에서는 외부에서의 차별과 억압을 이겨내고자 하는 작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빛 바랜 푸른 천 작품은 발의 골격 모양과 달팽이 모양이 이어지는 패턴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제와 오늘의 삶은 따로 된 삶이 아닌 반복되는 연속적인 삶으로 어제의 경험과 기억이 오늘을 만드는 것을 패턴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여러 색의 천으로 표현된 막대 그래프모양의 작품은 성분을 분리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인 고체 크로마토그래프의 판처럼 여러 색들이 층층이 분할되어 있다. 한가지 색으로 살아가는 듯이 보이는 우리 삶이지만, 검정색을 분리하여 볼 때 파란색, 보라색 등 여러 색이 나타나는 것처럼 단순해 보이는 일상 속에 여러 다양한 상황과 감정들이 섞여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형광색 박스 안에 붉은 색을 칠한 라텍스 조각이 들어있는 작품에서는 시간에 따른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라텍스는 피부와 유사한 재질로 처음에 진한색을 입혀도 시간이 지나면 색이 흐려진다고 한다. 겉으로는 화려한 색의 형광색 상자로 포장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붉은 색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색이 엷게 변하는 것처럼 꿈과 희망에 가득 차 있는 유년 시절이 열정이 점점 흐려지고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 갇히게 되는 삶을 표현하고 있다. 흰색 천 작품들은 영국으로 유학 갔을 때의 경험과 느낌을 표현한 작품으로 한국에서 느끼지 못한 인종에 대한 자각과 그로 인해 받은 상처들을 여러 다양한 느낌의 흰색 천으로 표현하였다. 검정 색 작품들은 작가의 삶속에서의 힘듦을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밤의 호수를 보면서 조용히 삭혔단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하였다고 한다. 외국의 여성들과 달리 한국에서의 여성들은 전통이라는 미명 하에 가정의 구성원으로 말없이 조용한 희생을 강요한 삶을 살아왔다. 속눈썹을 중첩하여 일렬로 배열한 작품에서 한국의 전통색인 색동색과 노끈으로 감싸 그녀들이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여 억압되고 망가진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의 효이 작가의 작품에서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억압과 차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감정을 표출하고 싶은 마음이 느껴졌다. 작가의 작품과 삶이 더이상 액자에 갇히지 않고 바람에 날려 자유롭게 날아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윤정작가의 회화 작품들은 커다란 하나의 형상안에 다채로운 색과 여러 소재를 이용한 부피감 있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각각의 작품에서 영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것도 특징적이다. 커다란 항아리를 형상화한 작품은 혼을 담은 그릇인 인체를 그렸다고 한다. 우리 몸은 영혼을 담고 있는 그릇이라는 그녀의 생각은 항아리 형상안에 다채로운 색들이 서로 불규칙하게 요동치고 있으며 아직 발현되지 않은 생각과 감정은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조그마한 알들로 표현되었다. 노란 바탕에 검정색의 물체가 붉은 원형을 둘러 싸고 있는 작품은 생명을 표현하기 위해서 혈액 색인 붉은색과 붉은 식물인 비트를 이용하여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노란색 배경은 생명이 살아가는 외부 환경이고 점점이 박힌 검정색은 세포의 외부와 내부를 구분하고 세포를 보호하는 세포막이며 붉은 색안에는 미토콘드리아, 소포체와 핵 등등이 느껴진다. 살아 있을 때는 붉은 색이었을 점점이 박힌 검정색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는 생명의 유한함을 표현하고 있으며 왼쪽위에 뚫린 부분에서의 여러 동심원들은 세포 내부와 외부의 교류를 통한 생명체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격자 구조의 흰색 작품은 여러 색을 중첩하여 올리고 그 위에 흰색을 덮고 일부분은 긁어서 표현하였다. 색을 중첩한 작품을 바라볼 때는 작가가 어떤 감정으로 색을 쌓았을 지 상상하게 된다. 푸른색을 칠하고 노란색으로 덮고 다시 흰색을 덮은 뒤 마르기 전에 나이프로 긁은 작품은 표면에서 보이는 모습이 아닌 작가의 감춰진 속마음에 대해서 좀 더 상상하게 된다. 흰 색으로 덮은 이유는 작가의 임사체험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사고 이후 죽음의 위기를 딛고 다시 살아날 때 받은 치유의 강렬한 흰 빛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였다. 쌓고 쌓은 색이 희미하게 보이지만 흰색으로 감춘 부분과 긁어서 속의 색을 보여준 부분을 보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는 것과 동시에 그 이전의 모습이나 감정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크릴 상자 안에 검은 옷들을 모아 불규칙하게 배열하고 레진을 부어서 만든 작품에서는 사람의 체형과 상황에 따라 부드럽게 변하는 옷처럼 자유로운 우리의 삶에서의 모습이 특정 장소와 상황에서 딱딱히 굳어지고 갇힌 것을 표현하고 있다. 기존의 다른 작품에서 보기 힘든 재질의 특수성으로 인해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가 큰 작품이다. 흰색과 검정색이 모래시계 모양으로 섞인 작품은 감정색과 흰색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 아닌 중간의 회색으로 보인다. 살아가면서 언제나 좋은 일들만 가득할 수도 없다. 하루에는 슬픔이 가득하고 하루에는 행복이 가능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루안에서도 아침에는 슬프고 우울하지만 저녁에는 기쁘고 행복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두 가지 색의 대립이 결국은 섞여서 회색으로 보이 듯이 삶에서 느끼는 순간순간의 기쁨과 슬픔의 서로 반대되는 감정들이 섞이면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표현하고 있다. 윤정 작가의 전시를 보면서 살아있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동시에 혼을 담고 있는 존재로서, 기쁘고 슬픈 감정을 느끼며 주변환경에 적응하여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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