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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rent Exhibition

​신건우 개인전

2020/11/2~11/16

건축적 풍경

An Architectural Landscape

이토록 화려한 감옥

SPLENDOR IN THE PRISON

 

하나의 바이러스가 전인류의 삶의 모습을 바꾸어 놓은 지 1년에 다다르고 있다. 흡사 제3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상을 사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공동의 경험은 인류에게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고요한 가치전복과 함께 출구가 보이지 않는 인내를 시험하는 장이 되었다.

 

때를 맞추어 한 대학생 광고동아리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지하철 벽면에 붙은 마스크 형상의 블라인드.

 ‘코로나에 갇힌 삶, 답답하신가요? 답답하다면 블라인드를 걷어주세요.’

가까이 다가가 가려진 마스크를 열어젖히면 그 안에 창살에 갇힌 동물들이 나온다.

‘평생을 답답하게 살아가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_ 전시동물 인식 재고 캠페인 마스크라이프

 

우리는 이전에 우리 안에 갇힌 동물들을 바라보면서도 그들의 ‘갇힘’을 사유하거나 공감하지 못했다. 외려 갇힌 그들이 밖의 우리들처럼 즐거울 거라 미소 지으며 바라봤는지 모른다. 그러나 피할 길 없이 ‘이미 갇혔음’을 수용한 이 시기, 타자의 갇힘을 자신의 것으로 경험하는 강렬한 전이가 일어난다.

 

신건우 작가의 2020년 작업 [Gold City]를 중심으로 선보이는 금번 전시의 이미지들은 이러한 최근의 집단무의식을 투사한다. 작가의 이전 작업과 차별적으로 경직된 건물들은 정방형에 가까운 형태다. 과히 장식적이지 않은 건물의 외벽은 질감이 만져질 듯한 금빛으로 채색되어 있다. 놀랍게도 24K-Gold 로 실제 전면 도배한 근대 양조장 건물은 이탈리아 밀라노에 실존하는 미술관이다. 그러나 이를 촬영한 사진보다 작가의 작업이 미학적 신선함을 주는 까닭은 작가가 변용해 온 붉은 담장에서 비롯된다. 흡사 핏빛의 중량감을 가진 암적색의 담벼락은 휘장을 두르듯 보호하거나 억류한다. 명백히 금빛의 매스mass는 ‘갇혀’ 있다.

 

신건우 작가는 전격 화업 10년 차를 맞으며 올해 풍경의 변화가 그간의 것들 중 가장 큰 것이라 술회한다. '흑백의 그림에서 빨강, 초록이 순차적으로 진입하고 뿌리를 내리며... (중략) 상반기부터는 황금색이 그림 속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원경 위주가 더욱 근경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했다.' 심도의 차이는 관심사와의 심리적 거리를 의미한다. 주로 전경Full shot에서, 그리고 자주 조감Bird's eye view했던 풍경들은 건축물의 살갗에 가까워졌다. 신작가가 기존에 그려 온 풍경들은 채도가 없거나 극히 제한된, 꿈속의 장면 중에서 악몽의 일부와도 닮았다. 과거에 있던 유동하는 형태와 상징적인 장치들을 통제한 금빛 도시에서는 가장 화려한 색깔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은 자유방임 자본주의자로서 근대 이후 새로운 사회 모델로 감옥을 제시했다. 파놉티콘Panopticon이라 불리는 건축물은 공간을 재배치해 감시자는 수감자를 볼 수 있되 수감자는 감시자를 보지 못하는 시각 메커니즘으로 유명하지만 푸코Michel Foucault는 이를 ‘인간 정신사의 일대 사건’이라 보았다. 인식론의 차원에서 감옥은 현대인에게 이질적이고 협소한 주제로 잊혀가는 듯했지만, 새로운 감염병 시대의 도래와 함께 주류적 주제로 다룰 이유가 충분해졌다.

 

더 이상 처벌을 위해서가 아니라 보호와 안위를 위해 자아를 스마트기기에 수용하는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인 현대인은 자신의 감옥을 가장 값나가게 덧칠하는데 익숙하다. 때문에 벤담과 같이 ‘파놉티콘을 지어 준다면 직접 들어가 평생을 무급 간수로 헌신’하겠다는 열망에 이르지는 못하더라도, 안전하고 합리적인 공간이 있다면 기꺼이 ‘자가격리’를 해야만 하는 명제 속 이 감옥이 가장 안락하고, 화려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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